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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뉴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말하는 진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말하는 진실!

 

저는 이번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을 지휘 감독한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최근 상황에 대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여 폐지되는 현실에 이른 점에 대하여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론으로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이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어 말씀드리오니 귀기울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국정조사는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판결이 선고되거나 재판 중인 사건, 심지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불법대북송금 사건, 그와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 국회로 ‘법원의 법정’을 들어옮겨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하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이번 국정조사가 어떠한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지에 대하여 집권 여당과 소속 국회의원들께서 여러차례 밝힌 바 있어, “국회의 감사나 조사는 재판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정조사법에 어긋난다는 문제도 지적되었습니다. 

 

헌법은 사법부를 두고 적법절차, 증거능력과 증명력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3심제를 거쳐 확정되도록 하는 까다로운 사법시스템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검찰의 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와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증거수집과 법리판단에서 검찰의 결론이 매번 반드시 옳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를 통해 검찰의 기소에 정밀한 검증을 거치도록 엄격한 사법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절차는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공방을 전제로 하며, 100퍼센트 유죄의 증거만 존재하여 100:0으로 끝나는 사건은 없습니다. 유죄의 증거와 그 반대증거가 90:10/ 80:20/ 70:30과 같이 혼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사법절차의 틀 안에서 증거능력, 증명력의 허들을 통과한 수많은 증거들을 평가하여 유무죄가 결론지어지는 것, 그것이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여 마련한 사법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는 수년간 수십, 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의 물적 증거와 증인들은 아예 국정조사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과 편향된 일부 반대증거만을 전면에 내세워, 국회가 단정적으로 “조작기소이자 무죄”라고 판결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는 유무죄 증거의 비율이 90:10이라도 유죄판결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좁은 길을 뚫고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사건에서 90의 유죄증거는 내버리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대증거만 부각하여 국회에서 보여주는 셈입니다.  

 

단적인 예만 들어봐도, 대북송금 사건에서 “검사가 회유하여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조서는 정작 법정에서 아예 증거로 쓰인 적도 없습니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는 “기자, 변호사, 회계사로 사회적·법률적 소양과 자제력을 갖췄을 것”이라며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소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한 채 스스럼없이 중대 범죄로 나아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검찰 압박으로 진술했다며 증언을 뒤집은 피고인에게 “법정에서 선서하고 증언한 내용까지 바꿔가며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질책하기까지 했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하여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키는 국정조사입니다.

이러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맡아 수행할 검사와 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입니다. 우리 법에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없습니다. 

 

일반 국민이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소위 “조작”이라고 문제를 제기해도 국회가 그때마다 국정조사를 열어주지는 않습니다. 내 편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 특검 등이 총동원되어 국정조사, 고발, 감찰, 징계, 수사, 출국금지를 착착 진행하고 공공연히 공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수사로 따진다면 “보복, 표적, 기획, 편파, 강압수사”라 할 것입니다.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맡았던 저에게 책임을 묻기 바랍니다. 수사 일선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검사 수십명을 불러내어 외압을 가하는,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법원의 재판과 판사에까지 외압을 가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될 것입니다. 

 

다음 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또다시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하면 “조작기소를 조작”하였다고 재국정조사를 열고 재수사를 “조작수사”로 재재수사할 것입니까?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끊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헌법과 법률이 마련해둔 사법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만약 확정된 재판을 번복할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다면 재심절차를 거치면 됩니다.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적법절차와 증거능력, 증명력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차분히 따져 유무죄를 결정지으면 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소한 제가 접한 검찰구성원들은 12.3 비상계엄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고 불의한 공권력 행사라는 점에 작은 이견도 없습니다. 검찰구성원이 비상계엄에 연루되어 징계, 기소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2016년 국정농단, 2024년 비상계엄과 같은 헌정사의 불행한 사건들도 모두 헌법과 법률이 미리 정해둔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의 틀 안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작동되고 살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에서 알 수 있듯이,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은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절감했습니다. 비록 더디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미리 정해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믿고 지켜봐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2026. 4. 12. 전 검찰총장 이원석 드림

4.12일자 페이스북 이원석 글과 사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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