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불어오는 ‘한덕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처음에는 단지 나뭇잎을 흔드는 정도의 미풍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어대명’ 구도를 뿌리까지 흔드는 돌풍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추대위원회가 잇따라 출범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선 22일 한 대행의 탄핵을 공개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가 파면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과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본분과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라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어 당과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 한 총리에 대한 즉각 탄핵소추를 추진하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사유가 없음에도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하겠다면 하길 바란다”라며 “겁박에 그치지 말고 실행하라”라고 했다.
대체 민주당은 왜 탄핵 남발에 따른 역풍에도 한덕수 탄핵 재추진을 거론하고 나선 것일까?
한덕수 출마를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는 까닭이다.
사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공산국가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어대명’ 분위기가 고착화하는 상황이다. 경선 들러리로 전락한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 후보는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따라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재명 추대대회’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누구와 맞대결을 해도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을 일극 체제로 만든 그가 대한민국을 통째로 집어삼켜 사실상 행정 입법 사법을 장악한 총통이 되는 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탄핵이 이재명 후보에게는 ‘꽃길’을 깔아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에 ‘한덕수’라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그 ‘변수’가 이제는 ‘상수’가 되어버렸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난 20일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FT)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하다가, 질문이 이어지자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하며 여지를 남기면서다.
그의 출마가 ‘어대명’ 분위기로 흘러가던 대선판을 일시에 뒤집어 놓을지도 모른다.
정치원로들이 참여하는 '대통령 국민후보 추대위원회'가 이날 오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요청하는가 하면, 전날에는 '한덕수 총리 대통령 후보 추대 국민운동본부'가 종로구 사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요청하기도 했다.
좌우 극단의 진영정치를 끝내고 정치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할 인사는 여야 정권서 총리 등을 두루 거친 국민통합 후보인 한덕수 권한대행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덕수 대행은 장점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정 연습’ 없이도 행정부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경륜도 지녔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보기 드문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시급한 현안 과제인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경제전문가라는 점도 내세울 만하다.
더구나 풍부한 경륜에도 기존의 정치에 때가 묻지 않은 50년 넘는 행정가 출신이라는 점도 국민에게는 호감을 주는 요인이다.
이런 한덕수 대행의 등장이 이재명에게는 달가울 리 없다. 적당히 추대대회를 거쳐 본선에서 손쉽게 승리를 하겠다는 구상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국민의힘 경선 최종승리자와 한덕수 대행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 ‘어대명’ 분위기는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 일시에 가라앉을 게 뻔하다.
민주당에서 한덕수 탄핵 재추진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결국은 탄핵을 재추진하지 못할 것이다. 한덕수 출마론에 더욱 힘을 싣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시한 상 5월 4일 이전에 대행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른바 ‘정치인 한덕수’로 변신할 시간은 이제 불과 10여 일만 남겨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