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마트 화재’ 사고 뒤에 감춰진 어느 부부의 꿈국내 소식
인수문제로 가계주와 갈등 빚다 ‘분신’.. 경찰 ‘공소없음’ 사건 종결 방침
“나 여기서 죽을 테니 올 필요 없어요. 여보”
엄마는 가족의 비극을 모두 태우려는 듯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며 모은 전 재산을 잃은 엄마는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지난 1일 경기도 양주시 농민마트 분신화재는 재기를 준비하려던 부부의 꿈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화재 뒤에 가려진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은 3일 <한국일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숨진 김씨의 남편 이씨는 10여 년 전 유통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수도권 일대에서 마트 5~6개를 운영하며 사업을 일궜다. 이후 아내 김씨를 만나 결혼해 늦둥이 외동딸을 얻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05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은 이씨는 숱한 고생을 하며 다시 재기를 꿈꿨다.
이후 부부는 마트를 운영해 본 노하우를 살려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에 있는 작은 마트를 인수했다. 마트를 운영해 모은 돈으로 부부는 지난해 말 서울 강일동 한 지하상가에서 마트를 열었다. 22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도 마친 상태였다.
그러던 중 부부는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경기도 양주에 상권 좋은 중형마트가 있는데 인수해보라는 얘기였다. 수년 전 양주에서 마트를 운영했던 부부는 귀가 솔깃했다. 드디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지난해 12월 19일 농민마트 사장 김씨를 만나 마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보증금 1억원과 권리금 5억5000만원을 주고 마트 운영권을 올 4월쯤 넘겨받기로 계약했다. 부부의 전 재산인 5000만원도 건넸다.
일반적으로 마트 권리금은 월매출(1일 매출*30일) 이하의 금액으로 산정한다. 그러나 이씨 부부는 농민마트의 월매출(3억5000만원)보다 2억원 더 많은 금액을 권리금으로 줬다. 농민마트가 장사가 더 잘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마트 사장 김씨는 “금융기관에서 6억원 대출을 받아 넘겨줄 테니 돈을 벌어 천천히 갚으라”고 부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부부는 김 사장이 대출을 받은 뒤 이를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해했다. 부부는 또 강일동 마트의 투자비용도 받지 않고 김 사장의 친구에게 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약속한 6억 원은 이씨의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씨는 그제서야 김 사장의 약속을 계약서에 적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다급해진 부부는 다시 김 사장을 찾아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부부의 요구에 김 사장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는 것이니 돌려줄 수 없다”며 “당신들을 소개해준 사람에게 수수료로 2000만원을 줬고 나머지도 밀린 임대료로 다 써버렸다”고 거절했다.
부부의 간곡한 부탁에도 김 사장이 연락을 피하자 아내 김씨는 사건 당일 1일 “양주로 간다”는 말만 남기도 농민마트를 다시 찾았다. 김 사장의 사무실을 찾은 김씨는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장의 대답은 완고했다.
결국 김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서 죽을테니 올 필요 없다. 딸을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아내의 전화에 다급해진 남편은 현장에 달려왔으나 마트는 이미 불길에 쌓인 상태였다. 아내가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이다.
이씨의 유족은 “계약이 어그러지면서 부부가 딸을 키우며 어렵게 모은 돈을 다 날아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사장 김씨는 “김씨와 1시간가량 충분히 대화를 나눴을 뿐 말다툼은 없었다”며 “돈을 지급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일한 증거인 CCTV가 모두 불에 타 김 사장의 진술을 확인해볼 길은 없다. 경찰은 불을 낸 피의자 김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망 원인이 확인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족들은 김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3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