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바라지 않아... 원전과의 싸움 이제 시작"
[인터뷰] "원전에 암 발병 책임 있다" 최초 승소 주인공 이진섭씨
원자력발전소가 기준치(연간 0.25~1mSv) 이하의 방사선을 방출한다고 해도 원전 인근에 오래 살면서 장기간 노출된 주민이 갑상선암에 걸렸다면 원전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고리원자력발전소(아래 고리원전)에서 방출한 방사선이 기준치 이하이지만 국민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정한 이 기준이 절대적으로 안전을 담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 원전과 암 발병의 인과 최초로 인정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재판장 최호식)는 지난 17일 이진섭(48)씨, 이균도(22)씨, 아내 박금선(48)씨가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박씨에게 위자료 15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원전의 존재와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병에 인과가 있다고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갑상선암이 발병한 박씨는 원전 6기가 있는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전에서부터 7.6km가량 떨어진 곳에서 20년가량 살면서 고리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수원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소송 당사자인 이진섭씨와 전화를 통해 몇 가지를 확인해 보았다. 아래는 지난 18일, 이씨와의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어떻게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는지 배경을 설명해 달라."균도는 자폐를 앓고 있고, 나는 2011년 대장 내에 악성신생물이 발견돼 그 해 5월 수술을 받았다.
집사람도 갑상선암으로 올해 2월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이고 장모 김일기(75)씨는 2009년 위암 수술을 받았다. 이렇게 전 가족이 각종 암에 걸리고 (아들이) 자폐를 앓고 있는 이유가 고리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기장 지역에 살았는가?"균도는 외가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고리원전 반경 3㎞ 이내이다.
우리 가족 모두 20년 이상 고리 원전 5㎞안에서 살았고, 현재도 고리와 가까운 기장읍에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의 발병 원인은 고리핵발전소로 보는 이유이다."- 언제 소송을 제기했고 그 동안 어떤 심리 절차들이 있었는가?"2012년 7월에 소송을 냈다.
삼성반도체와 싸우는 반올림을 많이 참고했다. '피해당사자가 발병 원인을 규명하라'는 논리에 맞서 '고리 원전이 들어올 때 안전하다고 했으니 우리 가족의 여러 질병에 대한 잘못이 원전에 없다는 근거를 밝혀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에 한수원은 그 근거를 제대로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