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무능력을 지적하던 동거녀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40대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유성)는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8)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월23일 경기 안양시 자택에서 동거녀 A씨(38)의 목 부위를 흉기로 한 차례 찔러 살해한 뒤 A씨의 팔과 다리, 몸통, 머리 부위를 절단해 냉장고 등에 보관하다 이튿날부터 사흘에 걸쳐 안양지역 하천과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A씨가 자신의 경제적 무능력을 지적하자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범행 후 약 2개월만인 같은 해 10월27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찰에 전화해 "사람을 죽였다"며 자수했다.
2010년부터 동거를 시작한 이씨와 A씨는 모두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생활형편이 어려워지자 자주 다퉈오던 중 이 같은 비극을 맞게 됐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 "당시 술에 취해 있었고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이 흉기가 아닌 다른 물건인줄 알았다. A씨를 때리려 한 것이었지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경찰과 검찰에서 "싱크대 위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어 찌르게 됐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고 사체를 훼손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등 범행 흔적을 없애기 위한 행동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점 등에 비춰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볼 수 었다"며 심신미약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6년간 동거해온 피해자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절단하고 피해자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은닉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112에 자수신고를 해 이 사건 범행이 밝혀지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이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무기징역 구형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