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지난달 31일 오후 1시20분께 오산시 운산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 숨죽인 채 단상을 응시하던 아이들의 입에서 한순간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술 공연을 지켜보던 친구들의 눈은 김주현양(9ㆍ2학년)의 몸짓 하나하나에 고정돼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들의 박수 세례를 받은 김양은 부끄러운 듯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김양은 “친구들이 내 마술을 보고 놀라니까 왠지 기분이 좋았다”면서 “꿈이 과학자인데, 마술도 과학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수줍게 미소지었다.
같은 시각, 2학년 1반 교실에서는 자신의 방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온 학생들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단상으로 나온 학생은 몸집만큼 큰 작품을 교탁 위에 올려놓은 뒤, 자신이 매일 잠을 자는 방의 구조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건축가가 돼 세상에서 가장 이쁜 집을 짓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또 다른 학급인 3반에서는 아름다운 오카리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3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친구들 앞에서 자기 머리 만한 오카리나를 열심히 불어댔다. 꽤 많은 시간 연습을 한 듯 3명의 연주는 이따금 나오는 실수를 덮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수업을 참관하던 학부모들도 환한 미소와 함께 아이들의 연주에 박수를 보냈다.
이는 운산초교가 지난달 11일부터 시작한 ‘동화와 함께하는 진로프로젝트-계속 꿈꾸는 아이’ 수업의 모습이다. 올해 경기도교육청 모범혁신학교로 지정된 운산초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가 아닌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춰 진로 교육을 하고자 이번 수업을 진행했다. 가장 처음 아이디어를 낸 교내 최고참 박윤자 교사(57)을 필두로, 모든 선생님들이 알찬 수업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 최명순씨(46ㆍ여)는 “아이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이런 새로운 수업 방식 덕에 교실에 활력이 넘쳐 보인다”고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운산초는 1년 내내 학년별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수원 화성 체험학습과 필봉산 등반, 작가와의 만남 등 연계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일반 교과수업에서 지도하기 힘든 부분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운산초교 교사들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정상희 운산초교 교장은 “단순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주도형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이와 학부모, 교사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특색 있는 수업을 기획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